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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8959

 

한경닷컴 게임톡에서 연재되는 글입니다.

본편에서는 록맨에 대한 일화가 다뤄졌습니다.

 

본문은 링크를 통해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아래의 글은 아카이빙을 위해 옮겨왔습니다.

 

 

게임별곡 시즌2 [캡콤 7편]

캡콤이라는 회사는 최근에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캡콤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이 더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록맨’이다. 

 

‘록맨’은 주인공 로봇인 록맨이 펼치는 액션을 주제로 해 현재까지 30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1987년 12월 17일에 첫 작품이 출시돼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장수 시리즈 중 하나다. ‘록맨’은 전편에서 소개한 ‘바이오하자드’와 마찬가지로 일본, 아시아 지역과 북미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북미 지역에서는 ‘메가맨’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캡콤에서 나온 유명 게임 중에는 희한하게도 그 시작이 확정되지 않고 불안한 게임이 많았다. ‘스트리트파이터2’의 개발 시작도 그랬고, ‘바이오하자드’의 개발도 그랬다. 처음부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콘셉트를 구성한다기보다는 그냥 만들다 보니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시리즈를 계획한 게임들이 많다. ‘록맨’ 역시 그 시작이 오리지널 스토리를 계획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최고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인 ‘철완 아톰’이라는 만화 캐릭터를 게임의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계획했던 게임이었다.

 

그런데 ‘철완 아톰’의 저작권 협의도 없이 개발부터 시작을 했던 것인지 중간에 라이선스를 얻는데 실패하고 만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철완 아톰’ 액션 게임 프로젝트는 좌초 될 위기에 놓였다. 캡콤의 경영진이 그 동안 했던 일들을 보면 ‘아니 무슨 저작권 협의도 완료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부터 시작했다고?’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캡콤의 경영 방식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30년 전은 저작권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고, 협의 과정이나 제대로 된 계약 체결에 대한 가이드 라인 역시 찾아 보기 힘든 것이었다(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래서 이 게임의 주인공 ‘록맨’은 ‘아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고, 게임과 만화에 등장하는 박사 캐릭터의 모습 역시 둘이 많이 닮아 있다. 여담이지만 ‘아톰’이라는 만화를 보면 놀라운 점이 최근 AI(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로 인류의 집단지능을 능가하는 또 다른 위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화두가 이미 1960년대 TV 만화에서도 진지한 주제로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거의 60년 전에 신기술의 집약체인 로봇을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인간만이 우월하다는 이유로 멸시하거나 악용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록맨’ 역시 인간이 아닌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간들의 헛된 야욕으로 망가진 세상을 결국 로봇이 구한다는 것이 꽤나 의미심장다. 하지만 애초에 장기 프로젝트로 계획 된 것이 아니다보니 시리즈 간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스토리 자체에 큰 의미도 없다. 2030년 아직도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로봇 공학이 발전해 인간형 로봇이 등장하는 시대를 그리고 있는데, 시대적인 배경 역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어쨌거나 게임을 만들라고 하니까 만들긴 했는데 그냥 쉽게 될 줄 알았던 저작권 협의가 안 되는 바람에 게임 출시는 못하게 됐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에 결국 게임의 내용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당시 개발팀에 속해 있었던 6명의 개발자 중에 한 명인 이나후네 케이지(稲船 敬二)가 본래 본인의 업무였던 일러스트 작업을 포함해 모든 캐릭터들의 콘셉트 작업과 배경, 캐릭터 도트 찍는 작업까지 하는 등 실질적으로 게임 개발의 대부분의 과정을 거의 혼자 작업해 게임을 완성시켰다. 이렇게 저작권 문제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을뻔한 위태로운 순간이 위대한 ‘록맨’ 시리즈의 시작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록맨’ 개발의 중추적인 역학을 담당했던 이나후네 케이지는 정작 당사자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지만 ‘록맨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캡콤의 초기 원년멤버로 입사해 ‘스트리트파이터’의 개발에 참여했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그가 캡콤에 입사 후 맡은 업무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일이었지만 ‘록맨’ 개발팀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게임개발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애초에 별 기대도 없던 게임이 대박이 나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이나후네 케이지 역시 유례없는 고속 승진을 했고 결국 캡콤의 상무 이사까지 올라 경영진이 된다. 그는 2010년 10월 29일 캡콤을 퇴사하기 전까지 무려 23년이라는 긴 시간을 캡콤에서 활약했다.

 

게임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전 세계에 영향력 있는 게임들을 배출해 냈지만 그 동안의 게임별곡 사례를 봤을 때 그런 개발자들의 입사 동기는 의외로 엉뚱한 경우가 많았다. 이나후네 케이지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다소 엉뚱한 이유로 캡콤에 입사했는데, 사실 그는 코나미라는 업체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출근 시간이 더 짧다는 이유만으로 집에서 가까운 캡콤에 입사했다(아니 그러면 코나미 근처로 이사를 가던가). 

 

이나후네 케이지가 캡콤에 입사한 것은 1987년으로 그의 나의 22살 때다. 1987년은 캡콤이 ‘벌거스(Vulgus)’라는 슈팅 게임을 만들고 이어서 ‘1942’라는 슈팅 게임으로 서서히 명성을 날리다가 ‘스트리트파이터’를 개발하던 때다.

 

‘스트리트파이터1’이 2편만큼 전 세계적인 돌풍은 일으키지 못했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흥행을 하고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정작 캡콤에서도 의아해 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됐는데, 보다 더 많은 판매와 시장 확장을 위해 아케이드 업소뿐만 아니라 가정용 콘솔 게임기 시장을 넘보게 된다. 1987년이라는 시간을 떠올려 보면 그 때는 어떤 업체라도 가정용 콘솔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손 잡아야 할 상대가 닌텐도 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닌텐도의 패미컴이 콘솔 게임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닌텐도의 패미컴 시장을 캡콤의 게임들로 도배하고 싶었던 꿈을 꾸던 캡콤의 경영진이 선택한 게임이 바로 ‘록맨’이다.

 

하지만 지원은 형편없었다. 그렇게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정작 개발팀에는 달랑 6명의 개발자만 배정했고 게다가 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람은 이나후네 케이지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캐릭터 디자인 작업과 도트 작업 그리고 게임의 로고부터 매뉴얼 작업에 쓰일 그림까지 거의 혼자서 게임의 전 과정을 작업하게 된 것이다. ‘록맨’의 모든 것이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 ‘록맨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은 것이다. 

 

‘록맨’ 개발팀은 고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게임 개발을 완료했다. 당시에 캡콤에는 개발팀 직원만 해도 700여명이 넘게 있었는데 고작 6명이라는 인원만 배정해 준 것만 봐도 회사에서 이 게임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 당시 캡콤의 개발환경이 그리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게다가 죽을 고생해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회사에서는 ‘록맨’ 시리즈를 ‘바이오하자드’와 마찬가지로 장수 프로젝트가 아닌 실험적인 단기 프로젝트로만 생각했다. 일단 닌텐도와 손을 잡는데 성공했으니 먼저 판에 깔아 놓을 게임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어째서 과거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록맨’은 다행히도 회사의 경영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특히 북미 지역에서 ‘메가맨’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져 갔다. 

 

‘메가맨’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동양의 시각으로 바라본 서구적인 ‘록맨’ 캐릭터는 어린 시절 보았던 ‘히맨(He Man)’처럼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북미에서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아동 같은 캐릭터보다는 울룩불룩 하고 힘 세 보이는 콘셉트가 먹히는 것 같다.

 

‘록맨’ 시리즈는 인기를 얻으며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사실 시리즈 2편은 어쩌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닌텐도의 패미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 정도로만 생각했던 경영진이 2편 개발에 예산을 편성해 줄 적극적인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발진이었던 6명의 소수 정예 멤버는 고생해서 만든 게임이 출시되고 세상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게 되자 시리즈 2편에 대한 개발팀 편성을 갈망하게 된다. 

 

굳이 시리즈 2편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경영진과 자신들의 피와 땀이 녹아든 ‘록맨’ 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개발진과의 갈등은 고조됐다. 결국 개발진의 끈질긴 설득과 협박 끝에 시리즈 2편 개발팀이 편성되었는데, 1편보다 4명이나 많은 10명의 개발 인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그냥 곱게 줄 수는 없었는지 당시 개발 중이던 다른 게임(야구게임)의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조건으로 ‘록맨2’의 개발을 승인했고, 이렇게 동시에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록맨2’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불과 3개월 만에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기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개발 기간보다 턱 없이 짧게 준 것만은 확실하다. 애초에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은 곧 인건비이고 그것은 돈이기 때문에 경영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판이었음은 ‘록맨2’가 출시 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드러났다. ‘록맨2’는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 중에 하나로, 150만개가 넘는 판매량을 보이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록맨2’에서 얻은 인기로(팔린 수익으로) ‘록맨’은 이제 캡콤에서 시리즈 작품으로 확고한 인정을 받게 된다. ‘록맨(1987)’을 시작으로 ‘록맨2 : 닥터 와일리의 수수께끼(1988)’, ‘록맨3 : 닥터 와일리의 최후(1990)’, ‘록맨4 : 새로운 야망(1991)’, ‘록맨5 : 블루스의 함정(1992)’, ‘록맨6 : 사상 최대의 전투(1993)’, ‘록맨7 : 숙명의 대결(1995)’, ‘록맨8 : 메탈 히어로즈(1996)’, ‘록맨9 : 야망의 부활!!(2008)’, ‘록맨10 : 우주로부터의 위협(2010)’을 끝으로 시리즈가 끝이 나는가 했지만 ‘록맨11: 운명의 톱니바퀴(2018)’가 2018년 10월 4일 발매 예정이다. 

 

본편 시리즈 외에도 월드 시리즈나 번외편들이 엄청나게 많을 정도로 ‘록맨’은 확실히 캡콤의 초반과 중반에 회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지겹도록 우려먹는다는 비난도 많지만 어쨌든 출시만 하면 기본적인 수량은 팔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캡콤은 꾸준히 게임을 출시했다.

 

중간에 다른 게임들이 더 큰 수익을 내고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면서 ‘록맨’ 개발팀에 대한 대우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전체적인 개발 공정 문제로 결국 ‘록맨’의 아버지마저 캡콤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록맨’은 만들면 팔린다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계속해서 시리즈는 이어졌다.

 

시리즈 10편 이후로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의 공백이 있었다. 그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록맨’의 전설은 다시 이어지려고 하고 있다. 시리즈 11편은 나온다 아니다 말도 많았고 사기다 헛소문이다 라는 말도 있었지만 실제로 공개가 될지 여부는 이제 한 달여 뒤면 알 수 있다. 

 

어린 시절에 ‘록맨’을 하면서 게임 캐릭터를 따라 하면서 놀기도 했었는데 주먹에서 레이저가 나간다고 긴 팔 소매 안으로 주먹을 집어넣고 레이저를 쏘는 시늉을 하며 놀았던 추억이 있다. 철 없던 코흘리개 시절 늘어나는 옷 소매 때문에 혼나기도 했고 이제는 그만한 자녀를 둔 부모님이 되어 버린 게이머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세대를 이어가는 게임들을 볼 때 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이 과연 다음 세대에게도 같은 재미를 줄 수 있을지 한 달 뒤가 기대된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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